르멘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호세
르멘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호세가 아니리자 등뒤에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자 이곳으로 와서 내 옆에 앉아라 함께 아버지 얘기라도 하자꾸나 마리아 고모와 돈 호세 사이에 끼어 앉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아나리자의 시선은 라파엘에게서 멀어질 줄을 몰랐다 그는 카르멘 앞에 앉아 고민하는 듯한 눈빛으로 카르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자 기분이 침체되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런 나의 기분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질투 설마 하지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해지는 이 기분은 이윽고 하녀가 식사 준비를 알려왔다 이런 내가 실수를 했구나 셰리주 한 잔도 권하지 않았다니 그만 얘기를 나누니라 그렇게 되고 말았어 돈 호세는 아나리자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게다가 오늘 같이 피곤한 날은 그런 것 안 마시는 편이 좋아요 아마 마셨다면 틀림없이 정신을 잃었을 거예요 돈 호세는 몸을 뒤로 젖히고 큰 소리도 웃었다 그리고 나서 소파에서 일어나 한쪽 손을 마리아 고모 다른 한쪽 손을 아나리자에게 내밀고 다이닝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이닝룸은 긴 형태의 방이었는데 한쪽 벽은 전체가 거울이었다 방 중앙에는 묵직한 장방형 식탁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넉넉히 20명 정도는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장에서 늘어져 내린 6개의 샹들리에에서 화려한 조명이 내리비쳤다 돈 호세는 테이블 끝 자리를 차지했고 그 오른쪽에 아나리자 그리고 왼쪽에는 라파엘이 앉았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긴 했지만 테이블이 너무 커서 그와 얘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일일듯 했다 카르멘은 재빨리 라파엘 옆자리를 차지했고 그 옆으로는 하이머가 앉았다 돈 호세가 앉은 반대편의 끝좌석은 마리아 고모의 자리였고 아나리자 옆에는 마뉴엘이 그 다음에는 훌리아가 앉았다 금방 요리가 나왔다 김이 솟아오르고 있는 쟁반에는 스페인 특유의 요리인 파에리야가 담겨져 있엇다 한 입 먹어보니 맛은 있었지만 식욕이 솟아오르지 않았다 긴 여행으로 피곤해 있던 참에 잔뜩 긴장하고 라파엘의 가족들 만났기 때문인 것 같았다 긴장의 연속으로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고 말았으니 식욕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세는 아나리자의 글라스에 투명한 스파쿨러 와인을 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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